작가 손윤석, 순천에서 파격의 화두를 던지다
4월 28일부터 5월 10일까지. 순천 문화의 거리 '하얀갤러리'

전남 순천 문화의 거리 '하얀갤러리'에서 눈길을 끄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예수 괴롭히기'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담은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가 있다.
작가는 손윤석. 한때 방콕에서 거주하며 작품과 교육활동을 병행하던 그는 현재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국내 첫 단독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 공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손 작가는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외에도 담백한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유화작품과 항아리를 주제로 한 이색적인 작품들도 함께 전시중이다.
한국에서 미술 교육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던 손윤석 작가는 일상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기득권을 내려놓고 처음엔 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작업한다.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더는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삶에 머물 수 없었죠."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인간의 삶과 사물을 관찰하는 작업에 몰입했다.
이후 그는 방콕에서 자유로운 교육 환경 속 창의미술 교육을 이어가며, 동시에 인간 삶의 냄새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예수 괴롭히기' – 성역을 향한 해학의 해체
'예수 괴롭히기'는 단지 자극적인 제목이 아니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신성시되던 예수의 이미지를 탈신격화하여, 현실 속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으로 재해석한다.
익숙한 성경 속 장면들은 완전히 전복된다. 입을 꿰매는 예수는 침묵을 강요당한 자를 상징하며, 관통당한 채 피를 흘리는 육신은 종교적 숭배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고발한다.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구원조차 체제 속 허상일 수 있음을 말한다.
손 작가의 붓 끝은 거칠고, 인체는 왜곡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표현이 아니라, '괴롭힘'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고의적 해체다.
색채는 강렬하며, 메시지는 직설적이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마주한 순간 당혹과 충격을 먼저 경험하고, 이내 자신의 신앙과 사회적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파격과 논쟁 사이, 예술은 어디로 가는가
이 시리즈는 국내 미술계는 물론, 동아시아 화단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다. 예수를 비롯한 종교적 형상을 해학과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작업은 종종 불경이나 모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손윤석 작가의 시선은 다르다. 그는 "예수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예수처럼 괴롭힘당하는 존재들을 비추는 거울"로서 이 시리즈를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품에는 종교 비판을 넘어선 깊은 사회적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침묵과 강요, 왜곡된 권위, 체제화된 신앙은 예수의 형상을 빌려 풍자되며, 관객은 이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순천 하얀갤러리에서 이 작품을 접한 관람객들은 "처음엔 불편했지만 그림에 담긴 메시지를 알고 나니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작품을 단지 종교의 전복으로 보지 않고, 인간성과 신앙, 그리고 현실 속 제도적 억압에 대한 시각적 성찰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손윤석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내외 미술계와의 교류를 넓히고자 한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문화를, 한국에서는 동남아 현지의 감성을 나누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다.
앞으로도 그는 회화와 사진이라는 두 매체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현실을 잇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예수 괴롭히기'는 단순한 종교 해석을 넘어, 현대사회 속 인간 존재와 제도, 그리고 신앙의 본질을 묻는 강렬한 시각 언어다.
손윤석 작가의 시도가 향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미술계 안팎의 반응이 주목된다. 손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한국예총 문화예술원 서양화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동남아시아지부 추진위원장, 한국예총 하노이지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